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이라는 책에 라디오 방속국의 PD이야기가 나옵니다. 저자와 음악이야기를 나누다가 마침 판이 걸려있던 바흐의 <골트베르크 변주곡>을 듣자고 하니 그는 뜻밖에 거절합니다. 이유는 그에게 <골트베르크 변주곡>은 아무 때나 꺼내어 듣는 음악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곡을 듣기 위해서는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그날을 위해 며칠 동안 아무 음악도 듣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그동안 귀를 아끼며 깨끗이 합니다.
그날이 돌아오면 일찍 귀가하여 가족들과 저녁을 먹고 나서 아내와 아이들을 일찍 재운 후, 화장실도 다녀오고 나서, 이제 오디오가 있는 작은 방으로 혼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전화선도 뽑고, 휴대폰도 끄고, 그리고 불도 끕니다. 그리고 의자에 좌정하고 오디오를 켜고 <골트베르크 변주곡>을 듣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멈추지 않고 단숨에 다 듣습니다. 온몸의 감각을 모두 곧추세운 채, 건반악기의 한 음 한 음을 명철하게 따라갑니다.
저도 한때 금요일 저녁에 음반을 한 아름 들고 방에 들어가 일요일 오후에 나오기도 하였습니다만 이분은 몇 수 위로군요.
2 개월 전부터 부산 시립미술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도슨트양성과정]을 수강하고 있습니다. 도슨트는 ‘미술작품해설사’라고 하기도 합니다. 미술관에서 어떤 전시가 기획되고 진행되기 위해서는 큐레이트가 전시기획을 하고 학예사와 함께 준비를 하게 됩니다. 학예사와 큐레이트가 같을 수도 있지만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대체로 큐레이트는 방송국의 PD나 영화의 감독 같은 일을 합니다. 그런 후 작가는 도슨트에게 작품을 설명하게 되고, 큐레이트도 전시 에 대한 기획 의도를 전달합니다. 전시가 진행되면 도슨트는 전시장에서 일반 관람객에게 전시된 작품을 작가나 큐레이트 대신 설명해 주는 것입니다.
유럽이나 문화선진국에서는 도슨트가 최고의 명예로운 자원봉사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유는 기본적으로 소양과 지식도 겸비해야 하고,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고, 품위도 있어야 하고, 화술도 남보다 나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노후를 수준 높은 봉사활동으로 자기 자신도 보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인식도 부족하고 미술관도 별로 많지 않고, 관람객에게 사실상 별로 신경도 쓰지 않아, 이런 제도가 활성화 되어있지 않고 현재 부산에서 도슨트로 활동하는 사람은 5-6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또 미술관도 미술대학 출신 중심으로 뽑다 보니 균형이 맞지 않고, 적당한 대상자도 없는 상태입니다. 문화면에 허약한 부산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습니다. 작년에 모 대학교 큐레이트 과정에 등록을 했는데 지원학생이 적어 과정이 취소되어 하고 싶었던 공부를 포기한 적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음악이니 미술이니 하며 학원교육을 남에게 지지 않겠다고 시키면서 자신은 그냥 무지렁이로 지내려 합니다. 경제에 따라 상승하는 문화적 욕구는 훨씬 강해질 것이고, 문화적 우열을 더욱 심하게 따져 사람들이 차별 받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다가올 것입니다.
지금 부산 시립미술관에 물방울의 작가 김창열화백의 작품이 전시중입니다.
2009년을 열심히 보낸 기념으로 미술관이나 음악회에 다녀오시죠?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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